2024.06.08 - 바리의 펜로그

 짧은 면회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노부부가 있다. 서로 거칠고 투박해진 손을 마주 잡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끔찍하게 서로를 아끼는 것이 느껴질 만큼 그 순간만은 참으로 애틋했다.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할머니는 그 간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개인 택시 운전사로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다고 한다. 퇴원을 앞두고 있을 즈음 약을 먹다 할아버지가 사례가 심하게 걸렸고 이때, 약이 기도로 넘어가 염증을 일으키면서 퇴원 날짜가 하루 이틀 미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일이 벌써 몇 개월 전 일이라고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을 오고 가며 면역력도 약해져서 이제 할아버지를 그만 놔드려야 하냐고 깊은 한숨만 쉬었다. 

나이가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폐렴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기나긴 투병으로 면역력도 낮아지고 원내 감염의 위험도 있으니 특히나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언제 어떻게 갑작스레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면회 가족은 한순간의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이튿날 면회 시간에 할아버지는 격리실로 이동 되었고 의료진들은 급하게 가족을 찾았다. 밤새 염증이 전신으로 퍼지게 되었고, 이미 한 번의 심정지가 온 상태라고 한다. 유난히 오늘따라 할머니의 방문이 늦어진다. 유리 벽 너머로 거친 호흡을 내쉬는 모습의 할아버지가 애타게 할머니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고, 영감 이제야 내가 왔어요. 눈을 떠봐요' 한 쪽 슬리퍼는 벗겨 진 채로 급하게 방호복을 입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여윈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거릴 뿐이다.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작게 속삭이는 듯했다.

' 그 동안 고마웠어요, 먼저 가 있을게요, 아프지 말고 밥 거르지 말고 아이들이랑 오손도손 살다가 나 있는 곳으로 천천히 와요' 그리고 이내 할아버지를 감싸던 모든 기계의 울림이 멈추기 시작했다.

- 중환자실 보호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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