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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2 - 바리의 펜로그

 

중환자실 면회 시간만 되면 웃음꽃이 피는 부부 커플이 있었다. 수척해 보이지만 항상 미소를 짓는 남편분과 그런 남자를 눈 한가득 담고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곧 회복되어 일반실로 가시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남편분은 호전되었는지 일반실로 이동하셨다. 

그분들의 사연은 일반실로 간 지 얼마 안 돼 중환자실로 다시 들어오면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10년 넘게 간경화를 앓아왔고 현재는 간암으로 전이된 상태,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어서 고통스럽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치료라는 말과 함께 남편은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다정한 남편 아이들에게 상냥한 아버지라고 했다. 

부인의 눈에는 눈물조차 글썽이지 않았다. 오랜 투병 생활 때문이었을까 담담한 표정으로 이제 애 아버지를 놔줘야 할 때라고 거듭 이야기만 할 뿐 

배에 찬 복수를 빼고 다시 기력을 찾을 때쯤 또다시 일반실로 이동하였다. '다신 중환자실 오지 마세요. 쾌유하길 바라요' 떠나는 인사를 나누는 나에게 내 손을 잡고 '이번에 가면 정말 영영 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두렵지 않아요. 그이도 나도 이제 기나긴 고통이 끝날 걸 알고 있어요. ' 

며칠 후 상복을 입은 여인이 중환자실에 인사하러 왔다.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그리고 아직 회복 중인 환자들의 쾌유를 빌며 

'일반실로 옮겨지고도 복수는 계속 차오르고 밤마다 섬망 증상이 심해졌어요. 밤에 자다가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고, 언제나처럼 힘든 밤이 어서 지나가고 내일의 해가 떠오르길 바라며 잠을 청할 무렵 그이의 숨이 점점 얕아졌어요. '

'큰 고통도 없이 말이죠. 숨이 멎고도 한참을 그이 얼굴을 바라보고 언제나처럼 다음날이면 눈을 뜰 거 같은 생각이 들더란 말이죠. 하지만 그이는 그날이 마지막 밤이었어요. 그이가 남긴 말처럼 이제 나와 아이들을 위해 살아갈 방법을 좀 더 고민해야죠' 

덤덤한 표정으로 중환자실 모두에게 공손한 인사를 나눈 후 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병원문을 나섰다. '고생했어요, 남편분은 하늘나라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 잘 챙기고 부인분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앞으로 행복하세요'

- 중환자실 보호자 일기

2024.06.08 - 바리의 펜로그

 짧은 면회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노부부가 있다. 서로 거칠고 투박해진 손을 마주 잡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끔찍하게 서로를 아끼는 것이 느껴질 만큼 그 순간만은 참으로 애틋했다. 

짧은 면회 시간이 끝나고 대기실에서 할머니는 그 간의 사연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개인 택시 운전사로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다고 한다. 퇴원을 앞두고 있을 즈음 약을 먹다 할아버지가 사례가 심하게 걸렸고 이때, 약이 기도로 넘어가 염증을 일으키면서 퇴원 날짜가 하루 이틀 미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일이 벌써 몇 개월 전 일이라고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을 오고 가며 면역력도 약해져서 이제 할아버지를 그만 놔드려야 하냐고 깊은 한숨만 쉬었다. 

나이가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폐렴으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기나긴 투병으로 면역력도 낮아지고 원내 감염의 위험도 있으니 특히나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언제 어떻게 갑작스레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면회 가족은 한순간의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이튿날 면회 시간에 할아버지는 격리실로 이동 되었고 의료진들은 급하게 가족을 찾았다. 밤새 염증이 전신으로 퍼지게 되었고, 이미 한 번의 심정지가 온 상태라고 한다. 유난히 오늘따라 할머니의 방문이 늦어진다. 유리 벽 너머로 거친 호흡을 내쉬는 모습의 할아버지가 애타게 할머니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고, 영감 이제야 내가 왔어요. 눈을 떠봐요' 한 쪽 슬리퍼는 벗겨 진 채로 급하게 방호복을 입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여윈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거릴 뿐이다.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작게 속삭이는 듯했다.

' 그 동안 고마웠어요, 먼저 가 있을게요, 아프지 말고 밥 거르지 말고 아이들이랑 오손도손 살다가 나 있는 곳으로 천천히 와요' 그리고 이내 할아버지를 감싸던 모든 기계의 울림이 멈추기 시작했다.

- 중환자실 보호자 일기

2024.06.06 - 바리의 펜로그

응급실에서 호흡기를 달고 온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환자는 이내 격리실로 들어간다. 격리실 안에서의 상황은 자세히 살필수 없지만 힘든 호흡으로 몸서리 치는 환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족 대기실에서 그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한없이 주저 앉아 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착한 아들 이였다고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혼자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해보겠다고 했을때 자신은 잘해보라는 격려 밖에 할 수 없었다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을때 감기약 챙겨먹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이렇게 응급실에 실려올 정도로 아픈줄 몰랐다고, 어머니는 중환자실 앞에서 면회를 기다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고 계셨다. 

장사가 잘 된다고 엄마 걱정하지 말라며 착한 아들은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고 한다. 누구보다 듬직한 아들 살아오면서 속 한번 썩인적 없던 자식 이였다고 한다. '아프지 말어라 아프지 말어라 차라리 내가 아플란다' 어머니는 작은 입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루에 중환자실 면회는 두번 뿐이다. 그마저도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거부 될 수도 있다. 어머니는 문 앞에서 작은 발을 총총거리며 기다릴 뿐이다. 면회시간이 되었다. 아들은 격리실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투명한 창문으로 아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가서 손이라도 잡아주면 좋으련만, 우리 아들 아플때마다 한 품에 꼭 안아주면 이제 안아프다고 했는데'  이미 훌쩍 커버린 아들이지만 어머니에겐 한 없이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다음 면회를 기다리기 전에 의료진이 긴급하게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는 방호복을 입고 아들의 마지막을 보았다. 쌔근쌔근 어머니가 기억하던 아이의 모습 그대로 아들은 잠들어 있었다. 다시 깨지 않을 잠을 자고 있었다. 
 '고생 많았다 내 아가 머지 않아 하늘나라에서 만나자' 

- 중환자실 보호자 일기

2024.06.05 - 바리의 펜로그

귀를 찔러 뇌를 관통할 듯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에 50대 중년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스치듯 문득 보여진 축 늘어진 팔과 다리는 파랗게 멍든것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의료진들이 달려들어 여러 장비를 붙이고 이내 그 여성의 신음 소리는 잦아들고 거칠었던 호흡과 심박수는 차츰 안정을 찾은듯 하였다. 

주기적으로 들리는 에크모 소리에 안정적인 호흡 그리고 이내 그 여성의 가족으로 보이는 또 다른 중년 여성이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자세한 대화는 들리지 않으나 농약을 먹고 실려 온것으로 보인다. 가족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울먹거리기만 한다. 언니라고 부르는것으로 보아 동생으로 보이며 언니가 전화를 받지 않아 집으로 갔더니 농약을 손에 쥔 채 쓰러져 있다고 했다.

최근 언니는 같이 지내던 반려묘의 죽음으로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 반려묘 외에는 동거하는 다른 가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해당 여성은 숨을 거두었다. 너무나도 짧은 찰나의 순간 살리고자 했던 의료진의 탄식이 들린다. 외로웠을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다는것, 그녀가 만나고자 했던 반려묘를 만나 행복할 모습이 문득 그려진다. 


- 중환자실 보호자 일기